2006/12/16
차 문을 열고, 공기를 들이켜니 그 곳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진다.
Fisheries Wholesale Market
위의 영문 표기에서는 도무지 시장의 비릿한 내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는 노량진수산시장. 집에서 수분 거리에 있는 서울 최대규모의 수산물 도/소매시장이다.
시험도 끝났겠다, 뭔가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한 아버지가 '회를 먹자'고 하셔서, 노량진수산시장에 가기로 했다.
가게에 가신 어머니와는 노량진에서 만나기로 하고 노량진으로 출발한다.
오, 이런. 웬일인지 수산시장 앞길이 많이 밀린다.
생각보다 오래걸려 도착을 해서 시장에 들어섰다. 저녁시간이 다되어서 그런지 의외로 붐빈다.
주욱 둘러보다 호객행위에 이끌려 횟감을 구경한다.
"사장님, 싸게 줄게요ㅡ. 한번 보고가셔ㅡ."
방어와 우럭을 한마리씩 저울에 올리고 5만원을 부른다.
흥정을 하다가 좀 더 큰 방어 한마리를 저울에 올린다.
눈금을 보니 2kg.
왠지 아까 방어+우럭보다 손해인것 같지만, 의외로 아버지는 OK사인.
방어를 바닥에 내려놓고 몽둥이를 휘둘러 머리 위쪽을 내리친다.
방어는 바로 입을 쩍 벌리고 아가미를 활짝 펼치며 기절한다.
우리 방어를 회 뜨는 동안 다른 방어 잡는 모습을 본다.
우리것보다 더 큰 녀석인데, 머리를 갈고리에 찍히고 두세번 몽둥이를 맞고도 펄떡거린다.
고통의 몸부림인지,
본능의 발산인지 모르지만 그 모습이 애처롭다.
그 사이, 우리의 방어는 얇게 저며져서 포장되었고, 어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와 동생은 다른 먹거리를 찾아보러 간다. 나는 그 자리에서 불을 쬐며 기다리기로 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으니, 두 사람이 이것저것을 사 들고 온다.
어머니를 만나고, 음식점에 자리를 잡으러 돌아다녀 보았으나, 다들 송년회를 하느라 그런지 자리가 없다.
몇군데를 둘러보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꽁치도 사 가기로 한다. 어떤 할머니에게 꽁치를 산다.
꽁치를 손질하시는 할머니의 도마는 수많은, 그 투박한 칼질의 흔적으로 군데군데가 깊이 패여있어, 노량진수산시장과 함께한 세월이 족히 느껴진다.
야채를 몇가지 사가지고 집으로 올라간다.
생전 처음 먹는 방어의 맛은 약간 쫄깃하다.
대하를 삶아서 너덧개쯤 까 먹으니 느끼해서 더 이상은 먹지 못하겠다.
시장에서 사 온 나머지 것들은 나중에 먹는 것으로 한다.
매번 갈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수산시장이지만, 비릿한 바다내음과 질척한 바닥만은 언제까지고 내 기억 속에 남을 듯 하다.